당연한 것의 당연하지 않음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한다.
찌꺼기, 휘발되는 기억 등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해체 혹은 증폭을 통해 변주 만들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표면과 이면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00
일상에서 궁금한 것들을 수집하고 모아서 작업한다.
구체적으로 일상에 대두되지 않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가짜에 속는 사람이나 현상 등에 관심을 가진다.
상상하여 조합하기를 좋아하고 상상한 것을 영상(다큐멘터리, 3D 형식 등),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표현한다.
# 01
Kim Yoonha is an artist who uses various method to express, such as Visual media, Installation, Performance, Sculpture and Photography. Her works deal with the objects or phenomena that are easily discarded or too commonly used in daily life which make that worthless. She gets an unfamiliar idea from those objects or phenomena and call them in her way of saying 'everyday noise'. She amplifies this noise especially by visualizing the expression. Through this, she explores something undesirable but exist, or something can not be seen but can be felt. And she continuously throws their reality and existence into question.
김윤하는 영상미디어, 설치, 퍼포먼스, 조각, 사진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는 예술가이다. 그녀는 일상에서 버려지거나 너무 흔해서 가치가 없는 사물 혹은 현상들에 관심을 가진다. 그녀는 이러한 사물 혹은 현상에서 낯선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를 '일상의 노이즈'라고 명명한다. 그녀는 이러한 일상의 노이즈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 노이즈를 증폭시킨다. 이를 통해 원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혹은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어떠한 것들에 대해 탐구하고, 그것들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 01
노이즈(Noise, 잡음)는 흔히 기계적인 이유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다른 신호의 간섭이나 여러 가지 의도하지 않은 입력 신호의 왜곡을 말한다.
나는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혹은 사용했던 사물이 낯설거나 다르게 느껴지는 지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지점을 ‘일상의 노이즈’라고 명명하겠다. 주로 버려지거나 파괴된 사물, 굉장히 사소해서 가치 없어 보이는 사물에게서 이러한 노이즈를 많이 느낀다. 이 일상의 노이즈 속에서 발견된 사물은 어떠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특수하다. 이 에너지는 주로 수집, 반복을 통해 수렴되었다가 다른 사물이나 비정형적 행위와의 결합 혹은 해체를 통해 발산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는 어떠한 간극이 존재하는데, 이 간극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비물질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간극을 시각적으로 증폭시켜 표현한다. 나는 이와 같은 행위를 통해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관철하려 한다.
이러한 현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위해 나는 사물을 수집, 기록하거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기념물화(또는 애도)하고 있으며, 이 행위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설치, 비디오 형식으로 보여준다. 성수동 철거개발지역에서 발견한 출처 미상인 깨진 접시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 때의 접시 그리고 지금의 접시'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비디오, 설치, 오브제 작품으로 원본과 짝퉁 사이에서 보여지는 진짜와 가짜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진다.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말린 멸치를 노동계급에 속하지 않는, 노동의 사각지대에 있는 조교 혹은 기타 노동자들로 비유한 ‘A를 위한 노동요’는 인류학적인 의미로 존재하는 멸치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발현된 신(新)멸치를 바라보게끔 한다. 반복적인 일상을 나타내는 사무실의 모습과 멸치의 모습의 반복, 그리고 작가의 퍼포먼스로 새롭게 해석한 내용을 2채널 비디오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상의 노이즈를 통해 발견된 사물이나 현상은 보편적으로 흔하고 당연히 존재하거나, 당연히 지나치는 것들이 많다. 이 노이즈는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만든다. 나는 이 발견된 것들을 통해 일상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틈이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에 대해 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 틈을 강요하기 보단, 가시적 증폭을 통해 그 자체에 혹은 그대로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거나, 의문을 가지게 한다.
# 02
나는 일상에서 느껴지는 낯선 순간들(단순히 낯선 순간뿐만 아니라 어쩌면 보기 싫어도, 느끼기 싫어도 느껴지는 어쩌면 느껴야 하는 그러한 것들을 내포한다)을 '일상의 노이즈'라고 명명한다.
앨리스 스프링스의 끝없는 초원을 달리는 중 문득 차 안의 'Emergency exit' 안내판을 발견했다. 보는 잠시 동안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떠올랐다가 이내 안내판의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의미와 상관 없이 그 이미지 자체로의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다시금 창문을 깨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무섭다, 예쁘다 라는 생각은 겹치다가 소거되기도 하였다. 나에게 안내판은 생각의 매개로써 역할함과 동시에 실제 역할인 비상상황 지침서로써의 역할은 제대로 작용되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했다.
이번 작업에서 '일상의 노이즈'로 'Emergency exit' 안내판이 작용하였다. 안내판에서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들은 일종의 감각혼선에 가까웠고, 어느 순간에는 무감각에 이르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증폭시키기 위해 일상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호주에서 수집한 일상과 한국에서 수집한 일상을 섞어 복합적 감정의 매개로 사용함과 동시에 감각혼선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부유하는 감각들에서 느껴야 할 감각을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시냅스에 오류가 생긴 듯 다른 감각을 끌어들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내면에 침전된 불편한 감정들 위에 감정을 가리우는 레이어가 씌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이러한 생각 속에서 생각과 감정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진실일까? 그리고 우리가 느끼고 있는 지금의 그 생각과 감정은 정말 진실일까?
# 03
"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옅은 진동이 느껴졌다가 이내 사라진다. 내 감정은 그것들에 발맞춰 상승하다 이내 떨어진다. 나는 곧 버튼을 꺼버리고, 그것들을 감각하지 않았다. 잠시동안 평안해졌다. 그러나 나는 다시 그것들이 궁금해졌다."
나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작업을 주로 한다. 나는 너무 흔해서 각 개체로써 의미가 없는 사물이나 일상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보며 어떤 연민을 느끼면서도 이내 사라져버리는 감정을 느낀다.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강렬하게 틈을 뚫고 들어왔다가 나가버리는 감정이나 감각같은 것 말이다. 이 알 수 없는 감각 혹은 감정은 복합적인 느낌을 불러오는데 아름답다가 슬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하면서 한편으로는 무감각하기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것을 느끼는 지점을‘일상의 노이즈’라 명명한다.
노이즈(Noise, 잡음)는 흔히 기계적인 이유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다른 신호의 간섭이나 여러 가지 의도하지 않은 입력 신호의 왜곡을 말한다. 이 노이즈는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감각은 때에 따라서는 사물이 있는 것과는 다르게 촉발되는 데 감각은 어떤 때 사물이 있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에게 알린다고 한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나는 노이즈가 사물을 다르게 감각하게 하는 하나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노이즈를 통해 발견한 일상의 낯선 사물이나 상황 등에 대해 연구하여 재구성한다. 이전 작업에서는 일상의 경계, 틈에서 발견한 오브제나 현상에서 느껴지는 노이즈를 물질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에 집중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비물질적으로도 발현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만상이라 일컫는 떠도는 생각, 감각 등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하였다. 인지심리학자 앨런 배들리(Alan Baddeley)에 의하면 작업기억모형이라는 단기인지기억의 모형이 있는데 3가지모형 중 시각, 공간적 정보를 유지하고 조작하는 시공간 메모장의 이론과 인지심리학의 정보처리 모형, 그리고 인체가 사물을 지각하는 회로 등을 참고하여 전시를 구성하였다.
‘감각수집 프로젝트’(2018)는 3채널 영상의 퍼포먼스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일상에서 떠도는 감각을 작가가 지나다니는 공간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점유하여 수집하고, 수집하는 모습을 3면의 모습으로 촬영하여 작가만의 방식으로 묘사한 것이다. ‘시공간 메모장(visuospatial scratchpad)’(2018) 작품은 수집된 감각자료에 대하여 연구자의 태도로 그 감각을 분석하고, 연구를 통해 변화되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진리와 허위의 방’(2018)은 앞에서 수집되고 연구된 감각을 비물질적인 방식으로 공간에 풀어내고, 그 공간에서 부유하는 아름다움과 침전되는 무거운 감각을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나에게‘일상의 노이즈’란 단순히 낯선 순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보기 싫어도, 느끼기 싫어도 느껴지는 어쩌면 느껴야 하는 것들을 내포한다. 일상의 많은 순간들은 무엇인가에 의해 선택되거나 버려진다. 그것은 사람일수도, 어떠한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버려지거나 관심 받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들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인지되지 않았을 뿐 같은 시공간안에 존재한다. 나는 이러한 원리에 대해 나의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인지하기를 바란다. "
#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