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친 중년의 시각장애인에서부터 이 작업은 출발했다. 하얀색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며 큰소리로 노래하는 중년의 모습에서 본다는 것은 단순히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눈에 맺히는 보는 것을 넘어선 다른 방식의 보는 것이 있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보는 것은 눈으로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흔히 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 치환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본다는 것은 물체에 반사된 가시광선의 일부를 보는 것이고, 만약 빛이 사라졌을 때 보여지는 검정색 빛의 모습은 그것을 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손가락만을 봐도 내가 눈으로 보는 손가락과 현미경으로 보는 손가락은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의문을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중년 시각장애인의 지팡이에서 착안하여  공간감이 있는 눈을 시각화해보려 한다. 지팡이가 바닥에 내려쳐져을 때의 소리와 진동에서 힘을 느꼈고, 이 힘을 시각화해본다면 다르게 보는 방식을 어느 정도 체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했다. 이러한 실험에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의 관측(관찰자)효과를 가져와 이 구조를 구체화 시키려 한다. 이중슬릿 실험은 빛의 형태가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고안된 실험이다. 실험에서는 관측(detect)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는데 파동형의 광자가 관측이라는 상호작용이 발생했을 때 더 이상 파동이 아닌 입자의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감각의 전이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힘(소리, 진동)에 의해 반응하는 모형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관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연동시켰다.